
김삼력 감독. 1월 11일 인디스페이스(중앙극장) 개봉.
인디스토리 카페에서 시사회 신청을 하여 보고 왔습니다.
인디포럼 폐막작으로 처음 알았던 작품인데,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못보고 이제 보게 됐네요.
단순 관객 입장에서 평을 하자면, 이거... 꽤 재밌습니다. 사람 마음을 은근히 후벼 파는 힘이 있더라구요.
스토리나 포스터 분위기를 보면 굉장히 우울하기만 할 것 같은데, 우울한 가운데서도 웃을 수 있는 유머가 있는 영화였어요.
물론... 초초저예산 독립영화다 보니 어색한 연기나 음향같은 모자라는 구석이 많이 보이네요.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 어색함은 어색함대로 웃으며 즐기게 되고 내용은 또 내용대로 몰입하게 됩니다.
전 여기서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영화의 매력을 발견해 버렸습니다. 만약 이런 내용의 영화가 상업 영화에서 세련되게 만들어졌다면 재미있게 보긴 했겠지만 마음을 파고들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각종 클리세가 난무할 별 색깔 없는 청춘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죠. 독립영화 특유의 (돈이 없어서)투박한 화면에 웃으면서도 진심이 전해지고 공감하게 되는 것... 좋은 느낌이더군요. 사실 그동안 독립영화는 상업영화로 가기 전 습작 정도의 개념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로 사고의 전환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미덕은 장르영화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난해하지 않고 몰입도도 높다는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몰입도는 제가 영화볼 때 가장 큰 점수를 주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제가 독립영화(또는 비장르영화)에서 자주 느껴왔던 불만이, 너무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한마디로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목적이 뭔지 모르겠는 영화가 많다는 것. 그들만의 언어로 정착된 가장 유명한 단어가 "소통"이라는 건, 이런 상황에 굉장히 아이러니하죠. 얼마전에 본 2007년 독립영화 최고 화제작이라는 <은하해방전선>에서도 그 소통이라는 단어를 조롱과 우스갯소리로 만들었던데, 더더욱 아이러니한 것이... 전 <은하해방전선>에서 그런 문제를 더 심하게 느꼈다는 겁니다. 대체 뭔 소릴 하자는거야? 라는......
어느 매체든, 만들어 놓고 골방에서 혼자 볼 거 아니라면, 관객을 고려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네요. 그러니 자기 생각을 자기만 아는 방식이 아니라 대상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주는 작품을 만들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특정 대상 한정 작품도 있고, 사전 지식과 경험에 따라 이해하는 대상도 다를테구요. 다만 자신이 전하고 말하고 싶었던 대상에게만이라도 이해를 얻도록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그 바라는 대상이 독립영화 매니아 한정라면 할 말이 없지만 많은 수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스라이의 전개방식은 스토리를 촘촘히 이어 나가기 보다는 매일 쓴 일기의 몇 장면을 발췌하듯 시간 순서에 따라 특정 사건을 나열하는 식입니다. 긴 세월(19살~20대후반)을 짧은 시간에 표현하느라 이런 방법을 쓴 것 같은데, 당연히 많은 과정을 생략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흐름이 끊길 수 있는 방식임에도 이해 안되는 내용이나 흐름의 단절 없이 효과적으로 내용 전달을 하고 있습니다. <은하해방전선>에서는 흐름이 너무 자주 끊겨서 화날 뻔... (싸움 붙이는 건 아니구요...흡;)
내용은 우연한 기회에 영화 제작을 해보고 관심이 생긴 초짜 영화 청년이 독립영화에 뛰어들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겠죠.)
독립영화계 내부에서도 정규교육(아카데미, 대학, 대학원등)을 받고 서울에 가까운 사람은 일종의 상위 계급인 모양입니다. 주인공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진짜 몸만 갖고 뛰어든 사람으로 상위 계급에 대한 동경이 있는 듯 해요. 하지만 일찌감치 현실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죠.
영화제작 외에도 그냥 20대 초반에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얘기가 많이 나와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이 영화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것보다... 왠지 멋모르는 20대의 어설픈 객기로 보이는 건, 역시 제가 30대의 패배자이기 때문일까요. ㅠ.ㅠ 뭔가 하고 싶긴 한데 잘 안되고, 특별히 개고생하고 있는 건 아닌데 다른 친구랑 비교되고, 쥐뿔도 없지만 뭔가 잘 돼가는 거 같에서 스스로가 특별한 척 잘난척도 한 번 해보고... 열등감과 자만심이 공존하는 어설픈 20대... <허니와클로버>에서는 20대가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부럽기도 하고 안됐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오더라구요.
감독의 제작의도가 어쨋건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이미 영화는 감독의 손을 떠난 순간 관객의 몫이니까 제 맘대로... ㅎㅎㅎ
간만에 긴 후기;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져서 할 말이 많았습니다.
정규 코스로 못빠진 어설픈 20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번 극장을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