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만화 리뷰입니다.
이번에 강추작들이 몇 개 있어서 벼르고 있었네요. ^^;
1. 그와의 짧은 동거 (단권)

10년전 언더 만화 잡지, "화끈"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첨에는 못 알아봤는데, 첫 몇페이지를 보다 보니 생각이 났슴다.
화끈에서 장모씨 이야기를 연재했던 장경섭씨가 10년만에 처음으로 낸 단행본이에요.
주인공의 모델은 작가 본인이고,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 철학을 주인공을 통해 담담히 풀어냅니다.
여기까지 본다면 분명 자기 얘기만 주절주절하다 끝내는, 지루하기만 한 언더 만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거에요.
하지만 편견은 금물. 이 만화는 뭔가 다른게 있다는 말씀이지요...
초반부터 눈을 확 끌 수밖에 없는 설정과 어떤 반응을 해야 할 지 난감하게 만드는 정제된 유머 감각, 그리고 자신의 현실에 대한 관조적이지만 예리한 판단. 보면서 내내 감탄했습니다. 와... 공으로 10년을 보낸 게 아니구나. 정말 10년 묵힌 만화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버렸어요.
거슬렸던 점이라면 너무 오래 그려서 그런가, 후반부에는 초반 설정과 좀 배치되는 듯한 내용이 있었어요. (벌레들의 투쟁같은) 그리고 역시 뒤로 갈수록 급했는지, 말이 많아진다는 느낌을 좀 받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내보일 수 있다면 작가로서 성공한 게 아닐까 싶네요.
...생각해보면 제 개인적인 성향에 잘 맞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작가의 고민과 삶의 태도는 저 또한 너무나 뼈저리게 느껴왔던 것이라... 물론 대처 방법이나 판단에 대해서는 다릅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어떤 사회과학서적이나 소설보다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판단은 나의 몫이죠.
강추할 만한 대상은... 적당한 자격지심과 심각한 외로움에 짓눌려 폐인 생활 해보신 분.
뼛속까지 스며드는 대사의 맛을 느껴보시길. ^^;
2. 습지 생태 보고서

한 마디로, "리얼 궁상 만화".
경향신문 연재작으로, 단칸방에서 가난한 4명의 대학생이 자취를 하며 일어나는 옴니버스 생활 만화입니다.
전 최규석씨가 "공룡둘리"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이렇게 웃긴 사람인지 몰랐습니다...(그림쟁이들 사이에선 '모과'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합니다) 그 땐 너무 사회의 어두운 면에 집착하느라 진지하고 암울하기만 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작품은 진지하고 암울하면서 "골 때리게" 웃기기까지 합니다. 일단은 웃기니까 웃고 보지만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의 작가의 번민이 보여서 굉장히 기분 미묘해진달까요. ^^; 그리고 역시 가난했던(사실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저로서는 너무 공감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학생식당을 벗어나서 식사하는 건 생각도 못해보는 소시민의 감정을 너무 잘 잡아내는 거죠.
(동생이랑 저는 요즘 이 책의 주옥같은 대사를 현실 적용시켜 즐기고 있습니다... ㅋㅋ)
이 작품 역시 작가 자신과 친구들이 모델이 되었습니다.
강추 대상은, 대학 시절 지인들과 하숙,자취하며 뒹굴어본 경험 있으신 분.
옛날 생각 새록새록 나실 겁니다... 후후후...
오늘은 여기까지.